[도청도설] 부산포 대첩 : 국제신문(2018.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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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18-11-07 14:14 작성일 조회1,298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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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우리나라 역사를 배웠다면 대개 ‘임진왜란 3대 대첩’을 기억하고 있을 터다. 이순신 장군이 왜선을 전멸시킨 한산도 대첩, 권율 장군이 이끄는 군인들과 민간인들이 합세해 적을 물리친 행주 대첩, 진주 목사 김시민이 3800여 명의 병력으로 2만여 명의 왜군을 격퇴한 뒤 전사한 진주 대첩이 여기에 포함된다. 모두가 전쟁의 흐름을 바꿔놓는 계기가 됐다.
한국인이라면 임진왜란 3대 대첩의 의의와 역사성에 대해 시비를 걸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한편에서는 이 범주에 부산포 대첩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가 적지 않다. 1592년 9월 1일(음력) 부산포 인근에서 벌어진 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은 전라·경상 연합 수군을 통솔해 왜선 수백 척을 수장시켰다. 조선 수군은 이를 계기로 해상권을 완전히 틀어쥐게 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임진왜란 3대 대첩에 견줘 조금도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이 다수 역사학자의 주장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부산포 대첩은 뛰어난 전과에 비해 정당한 역사적 평가를 받지 못했다. 같은 해전임에도 한산도·명량·노량해전보다 후대의 관심도가 덜했다. 1980년 부산시가 부산포 대첩이 있었던 음력 9월 1일을 양력 10월 5일로 환산해 이날을 부산시민의날로 지정한 게 그나마 눈에 띄는 정도였다. 다행히 올해에는 지난 4월 지역의 뜻있는 인사들이 나서 부산대첩기념사업회를 만드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부산포 대첩에 대한 재조명은 하반기 들어 더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달 5일 부산시민의날 기념식 때는 부산포 대첩 426주년을 기리는 축하 음악회가 처음 열렸다. 지난 1일에는 학생과 시민 등 200여 명이 부산해양경찰서 1500t급 경비함정에 승선해 이순신 장군이 승전한 현장을 둘러보는 행사가 역시 첫발을 내디뎠다.
8일에는 부산시청에서 부산포 대첩을 주제로 한 ‘부산을 기억하다(Memory Busan)’ 강연회가 계획되어 있다. 부산시와 기념사업회는 내년부터 부산포 전투지 및 유적지에 역사문화공간을 조성해 시민교육장으로 활용하는 한편 부산포대첩기념관 건립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부산에 터를 둔 사람이 부산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쥐구멍을 찾아야 할 일’이 될지도 모른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격언은 허투루 들을 말이 아니다.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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