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산대첩 기념공원과 랜드마크(부산일보 2019.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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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19-07-25 15:16 작성일 조회2,428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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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의 부산컨트리클럽 이사장
미국 최대 도시이자 해양의 관문인 뉴욕의 맨해튼 바로 앞 리버티섬에 세워진 ‘자유의 여신상’은 자유와 희망을 가슴에 담고 기회의 땅인 미국을 찾는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자유의 여신상’은 뉴욕의 자랑거리요, 또 다른 상징이기도 하다. 해양한국의 관문인 부산에도 ‘자유의 여신상’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오륙도가 바라보이는 부산항 재개발지역 해수면 끝자락에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우뚝 세워 보는 것은 어떨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했다. 특히 전쟁의 역사가 그러하다. 과거 전쟁의 사례에서 깨우치지 못하면 민족 자체가 불행해진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전략가 손자(孫子)도 “전쟁은 백성의 생사와 국가의 존망이 직결되는 국가의 중대사”라고 하지 않았던가.
16세기 말 조선은 왜국, 즉 일본의 침략으로 전 국토가 유린당하고 숱한 인명이 희생되었다. 자칫 조선이라는 나라 자체가 사라질 위기였지만 이순신 장군의 거듭된 해전 승전보와 의병들의 활약 등으로 위기의 나라를 구할 수 있었다. 1592년 8월 24일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 수군은 왜군의 보급선을 끊기 위해 전라 좌수영이 있던 여수에서 출항, 경남 통영과 거제도를 거쳐 9월 1일 마침내 왜군 수군의 본진이 있던 부산포에 당도했다. 당시 부산포에는 왜군 8000여 명과 430여 척의 전선이 있었다. 이순신 함대는 이 전투에서 함포 사격으로 왜군 전선 128척을 격침 시키고 3800여 명을 사상시키는 대승을 거둔다. 그런데도 ‘부산대첩’은 그동안 한산도, 명량, 노량해전과 비교해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고, 부산에서조차 그 역사적 의미를 일깨우는 데 소홀했다. 10월 5일 ‘부산시민의 날’이 ‘부산대첩’의 승전일인 1592년 그해 음력 9월 1일을 양력으로 환산한 날짜라는 것을 아는 부산시민도 많지 않다.
‘부산대첩’은 임진왜란의 전세를 뒤집는 쾌거였다. 우선, 북진을 거듭하던 왜군의 전략을 뒤흔드는 계기가 됐다. 왜군 육군은 불과 20일 만에 한양까지 함락시켰으나 ‘부산대첩’ 이후 식량 보급이 여의치 않게 되자 전력이 위축되기 시작했다. 이는 조선이 임진왜란 초기의 일방적 패퇴에서 숨을 돌리게 한 요인이 됐다. 또한 ‘부산 대첩’은 당시 조선으로 건너와 전쟁을 진두지휘하려던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의지도 꺾었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창의성도 빛났다. 장군은 해상 전투에서 돌격선 역할을 한 거북선을 고안했다. 상판을 철갑으로 감싼 채 입에서 유황을 품으며 돌격해오는 거북선은 당시 왜군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거북선을 만든 이순신 장군의 창의력은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을 일컫는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작고한 현대그룹의 정주영 회장은 1970년대 조선소 건조를 위한 차관협의를 위해 영국의 금융계를 찾아가 차관을 협의했다. 당시 현지 금융인들이 “한국의 조선기술은 검증된 것도 없고 건조능력도 의심 된다”고 하자 정 회장은 500원짜리 주화 뒷면의 거북선 모형을 보여 주면서 한국은 이미 1592년에 거북선을 만들었으며 잠수함도 거북선에서 발전된 것이 아닌가 싶다고 영국의 금융인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부산포 해전의 역사적 현장인 해수면을 접한 5000평 정도의 북항 재개발지역에 ‘부산대첩 기념공원’을 조성하는 한편, 기념관 등을 건립하여 이순신 장군의 ‘유비무환’의 정신을 이어가자는 민간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부산대첩 기념공원’ 조성과 기념관 건립은 해양수도를 자처하는 부산에 해양과 관련된 역사적, 문화적, 교육적 공간을 새롭게 창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부산대첩 기념관’이 이순신 장군의 ‘유비무환’ 정신과 함께 우리나라 해전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그런 현장으로 건립된다면 부산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해전사의 명소로 자리를 잡는 것도 시간문제다. 그런 만큼 국가와 부산시 등에서도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기사원문 :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190724184707857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