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부산시민의 날과 파부침선(破釜沈船) /신한춘(국제신문 2020.10.06)
페이지 정보
작성일 20-10-07 13:56 작성일 조회1,485회관련링크
본문
부산대첩기념사업회 고문 신한춘
파부침선(破釜沈船)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글자 그대로 ‘가마솥을 부수어 못쓰게 하고 배를 침몰시켜 탈 수 없게 한다’는 의미다. 밥을 지을 가마솥도 없고, 살아도 배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도 없으니, 선택지는 오로지 싸우다 죽거나, 죽을 힘을 다하여 싸워 이기는 것 밖에 없다. 군사들은 아예 절망하여 전의를 상실한 채 적에게 죽임을 당하거나 죽을 힘을 다해 힘껏 싸우거나 둘 중의 하나를 택하게 될 것이다.
진나라가 기울어갈 무렵 전국 각지에서 제후들이 반기를 들고 일어난다. 초나라의 항우는 진나라와의 계속되는 전투에서 일진일퇴를 거듭하던 중 삼촌인 항량의 죽음을 맞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전투 참가에 소극적인 태도를 견지하던 상장인 송의의 목을 베고 항우는 스스로 상장이 되어 진나라와의 일전을 위해 전군을 이끌고 황하를 건넜다. 모든 군사가 도강을 완료하자 항우는 타고 온 배에 구멍을 내어 가라앉히고 밥할 가마솥을 모조리 부수어버렸다. 이번 전투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모두 죽는다는 결연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파부침선의 극단적인 선택을 한 초군은 그야말로 결사의 각오로 싸웠다. 일당백의 엄청난 기세에 눌린 진나라 군사들은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대패하고 말았다. ‘파부침주(破釜沈舟)’는 파부침선과 같은 말이다. 비슷한 말로는 ‘배수진’(背水陣 ·물을 등지고 진을 침)이 있다. 죽기를 각오하고 전투에 임한다면 상상할 수 없는 투지와 전투력이 발휘된다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다.
전남 해남군과 진도군을 잇는 진도대교 아래 위치한 울돌목(물살이 울부짖으며 휘돌아 감아대는 길목)에서 고작 12척의 배로 무려 133척의 왜선을 격침시키는 기적의 대승을 거둔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이야말로 바로 이러한 파부침선의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이순신 장군께서는 전투에 임하기 전에 모든 장병들에게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하면 살 것이다(生卽死, 死卽生)”고 독려했다. 그때 상황이 파부침선이나 배수진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리라.
이순신 장군께서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이 계속되는 동안 투철한 사명감과 불굴의 투지를 앞세워 명량대첩·한산도대첩·부산대첩·노량대첩을 비롯해 27전 27승이라는 세계 해전 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세계 각국의 해군 전문가들 역시 이순신 장군의 전략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고 한다. 1907년 러·일 전쟁에서 러시아 함대를 괴멸시킨 일본의 도고 헤아하치로 제독은 전승 리셉션에서 각국의 외신기자들이 그를 영국의 넬슨 제독이나 이순신 장군과 비교하면서 덕담을 건네자 “넬슨 제독과 나를 비교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이순신 장군과 나를 비교하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하다. 나는 이순신 장군의 발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한 일화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마침 지난 5일은 1592년 임진왜란 당시 왜선 128척을 격파한 부산대첩 승전일이자 ‘부산시민의 날’이었다. 부산대첩 승전일이 1980년부터 부산시민의 날로 지정된 사실을 모르는 부산시민도 많은 것 같다. 이제라도 부산대첩을 부산의 역사적 상징이자 콘텐츠로 우뚝 세울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옛말에 ‘정신일도 하사불성(精神一到 何事不成)’이라는 말과 함께 ‘진인사 대천명(盡人事 待天命)’이라고 했다. 어떠한 일이라도 정신을 집중하고 정성을 다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한다면 이순신 장군처럼 위대한 업적을 남길 것이다. 비록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하거나 처음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할지라도 보다 나은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토대가 되고 발판이 된다. 스스로 할 바를 다하고 나서 하늘의 뜻(명령)을 기다린다는 ‘진인사 대천명’도 우리 모두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반드시 가슴에 깊이 새기고 어떠한 일에 부딪히더라도 꼭 실천해야만 하는 덕목이라 할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모든 일을 성취하거나 모든 면에서 다 성공할 수는 없다. 숱한 실패와 좌절 또한 우리가 겪어야 할 필수코스이자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그러나 그 실패와 좌절에 굴복하여 모든 것을 포기하는 사람은 인생의 패배자가 될 것이고 반대로 그러한 실패와 좌절을 딛고 힘차게 일어나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은 반드시 성공의 길을 걷는다. 실패와 좌절은 너무나도 좋은 경험이자 훌륭한 스승이다. 그 자체가 새로 시작하는데 있어서 제1의 밑천이자 성공에 이르는 견인차 역할을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자에게 성공은 멀리 떠나버린다. 반대로 실패를 딛고 힘차게 일어서는 자에게는 성공이 다가와 미소를 보낸다. 사람의 한평생 긴 여정에 있어서 실패와 성공이라는 결과보다는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 결과에 관계없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신념과 투지, 반드시 이루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부산시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 이사장
*기사원문 :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1700&key=20201007.22023000410